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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의혹’ 파라과이 대통령, 여당까지 탄핵 찬성하자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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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시민들이 5일(현지시각) 수도 아순시온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중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의 얼굴이 붙은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있다. 우에노은행이 중앙은행의 정리 절차에 들어가며 약 300만명 고객의 예금이 동결되자, 페냐 대통령과 은행의 유착 의혹을 둘러싼 분노가 확산했다. 아순시온/EPA 연합뉴스파라과이 시민들이 5일(현지시각) 수도 아순시온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중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의 얼굴이 붙은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있다. 우에노은행이 중앙은행의 정리 절차에 들어가며 약 300만명 고객의 예금이 동결되자, 페냐 대통령과 은행의 유착 의혹을 둘러싼 분노가 확산했다.




파라과이에서 대형 은행이 정리 절차에 들어가며 집단 예금 동결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해당 은행과의 유착 의혹을 받는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집권 여당까지 탄핵에 찬성하며 위기에 몰리자 선제적으로 사퇴 카드를 꺼낸 것이다.


5일(현지시각) 에이피(AP)·아에프페(AFP) 통신 보도를 보면, 페냐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올린 영상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영상에서 “우리나라의 안정과 사회적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 제도를 지켜야 할 필요성을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며 “제가 혹시라도 잘못한 적이 있다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리 절차에 들어간 우에노 은행과의 연루 의혹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2023년 8월 취임한 페냐 대통령의 임기는 2028년 8월까지다.


페냐 대통령의 사임 발표는 이날 하원 본회의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심의하던 중 나왔다. 전날 야권 하원의원 35명은 직무 수행 부적절, 이해 충돌 행위를 이유로 의회에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하원 전체 80명 가운데 3분의 2인 53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여당이 다수여서 탄핵 가결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5일 본회의에서 집권 콜로라도당이 찬성으로 돌아서며 상황이 급박하게 바뀌었다. 페냐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이었던 오라시오 카르테스 콜로라도당 대표가 탄핵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 분기점이 됐다.



대통령의 사임 발표에도 하원은 표결을 진행해 탄핵소추안을 출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가결하고 상원으로 넘겼다. 페냐 대통령의 사임서는 아직 의회가 수리하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 상원은 6일 페냐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원의원 45명 가운데 30명 이상이 유죄 판단을 내리면 페냐 대통령은 파면된다.


의회가 사임을 수리하지 않고 탄핵심판을 계속 진행하려는 것은 페냐 대통령의 종신 상원의원 자격 취득을 막기 위해서다. 전직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종신 상원의원이 되지만, 탄핵심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아 파면된 경우는 예외다. 종신 상원의원이 되면 면책 특권이 부여된다.


페냐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불러온 우에노 은행은 무명의 핀테크 업체로 시작했으나 2023년 은행 면허를 받은 뒤 급성장했다. 슈퍼마켓·주유소 결제 시 파격적인 환급률을 내세우고, 파라과이 축구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고객을 유치했다. 정부 자금도 우에노 은행에 대거 예치됐다. 우에노 은행은 지난달 약 8억달러(약 1조800억원) 규모의 공공 예금을 보유했다고 보고했다. 사회보장기금과 대형 수력발전댐 운영기관 등의 자금이 포함됐다. 페냐 대통령은 지난해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지 우에노 은행을 지배했던 모그룹인 바스케스 그룹의 주주였다. 또 우에노 은행의 전신인 ‘피난시에라 우에노’의 사장이었던 카를로스 카르바요를 디지털 은행 감독을 책임지는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하기도 했다. 정부 지원 속에 우에노 은행은 파라과이 성인 인구의 60%인 3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대형 은행이 됐다.


그러나 3일 파라과이 중앙은행이 우에노 은행에 대한 정리 절차를 개시하며 사태가 불거졌다. 중앙은행은 우에노 은행 소유주와 연계된 기업들에 대한 대출에 대한 문서가 부실하게 처리됐고, 은행이 비용 일부를 자산으로 잘못 계상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다. 앞서 우에노 은행은 기업들에게 법정 한도를 넘는 거액을 빌려주고, 부실 사태가 벌어질 경우 채무를 충당할 담보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중앙은행이 우에노 은행의 자산을 청산하는 절차에 착수하자, 계좌가 동결돼 예금 인출과 송금이 막혔고, 우에노 은행과 유착됐다는 의혹을 받아온 페냐 대통령 책임론이 급격히 번졌다. 전날 의회 주변에서는 밤늦게까지 “돈을 돌려달라”, “페냐를 감옥으로”라고 외치는 시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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