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뒤덮은 텐트시위…87세 강제퇴거에 산체스 총리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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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난 항의 여론 폭발…정부 대책 마련 약속에도 세입자단체 등 "부족해"
시위 기폭제 된 87세 노인은 퇴거당한 집으로 돌아갈듯…"새로 계약 예정"
29일 마드리드 텐트 시위대
스페인에서 87세 노인의 강제퇴거를 계기로 벌어지고 있는 주거난 항의 텐트 시위가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입지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로이터 통신과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시위자들은 29일(현지시간)까지 나흘째 연속 마드리드 번화가에 수백 개의 텐트를 설치하고 야영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는 마드리드 레티로 지구에서 70년 넘게 거주해 온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87)이 주거지에서 강제 퇴거당한 일이 그동안 주거비용 폭등에 대해 쌓인 불만 여론에 기폭제가 되면서 벌어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바스칼의 변호인 베아트리스 두로는 지난 28일 취재진에게 "양쪽(임대인과 세입자) 모두 선의가 있다"며 아바스칼이 새로 맺을 8년 기간 임대차 계약에서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임차료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로 변호사는 강제퇴거 조처를 뒤집는 임대차 계약 체결은 전례 없는 일로 '사회적 움직임 덕분'이라고 말했다. 퇴거 후 입원 중인 아바스칼이 상태가 나아지는 대로 계약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바스칼은 그 집에서 1956년부터 살아왔는데, 2018년 이 집을 매입한 부동산 투자 회사가 월세를 500유로(77만원)에서 2천650유로(410만원)로 올렸다. 나중에 조정을 통해 1천650유로(255만원)로 낮췄으나 여전히 아바스칼의 연금(1천350유로)으론 낼 수 없는 금액이었다.
스페인에서는 그동안 물가 상승, 관광객 유입 급증,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신규 주택 공급으로 주거난이 심각해지고 임대료가 급등한 상황이었던 터라 80대 노인이 집에서 쫓겨난 일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산체스 총리는 29일 각료회의를 소집해 주거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며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지지해 달라고 각 정당에 요청했다.
그러나 산체스 정부가 내놓을 대책으로 여론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정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는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주요 매체들은 지적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법안은 2028년까지 취약계층 세입자 퇴거 제한, 특정 상황에서 월세 2% 초과 인상 금지, 과열 구역 내 세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제공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투자펀드의 투기성 주택 매매 금지, 관광객용 부동산에 대한 세금 인상 등도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세입자연합연맹의 카르메 아르카라조 대변인은 "산체스 총리가 준비한 (정책) 부스러기들은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임차인 보호 단체들은 이번에 아바스칼의 이름에서 딴 강력한 세입자 보호법 '마리카르멘 법'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임대차 계약 자동 갱신, 주택 위기 해소 때까지 임차료 동결, 강압적인 집주인에 대한 제재 등을 요구한다.
나흘째 이어지는 주거난 항의 텐트 시위
그러나 산체스 총리의 사회노동당(PSOE)이 의회에서 과반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 만큼 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의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때 통과됐던 임차인 보호법이 야권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 3월 연장되지 못하고 만료됐다.
이에 더해 연정에 참여하는 좌파 성향 수마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보다 강력한 수준의 법안을 요구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내년 총선 등 주요 선거를 앞둔 가운데 주거난 항의 여론은 거세지고 연정 파트너는 더 강력한 대응을 요구해 산체스 총리가 진퇴양난의 처지라고 짚었다. 산체스 총리는 측근들에 대한 부패 혐의 수사, 세우타 이주민 난입 사태에 따른 이민 위기로 이미 궁지에 몰린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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