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은 지구촌…파나마운하 통항에 유럽 원전까지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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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는 국토 80% 가뭄…세르비아서 '사바 강의 타이타닉' 노출
물류비용 치솟자 운송업체들 대혼란…해상환적하고 육로 적극 활용

파나마 운하 통행을 기다리는 화물선들의 모습
전 세계에 닥친 폭염과 가뭄 여파로 주요 해상 운송로인 파나마 운하는 물론 유럽의 에너지 시설에서 잇따라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파나마운하청은 20일(현지시간) 중남미 주요 수로이자 글로벌 물류 요충지인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며 통과 선박 수를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파나마 운하는 다음달 4일부터 일일 통과 선박 수가 34척으로 제한되고, 같은달 15일부터는 32척으로 추가 축소된다. 파나마 운하의 하루 최대 처리 용량은 일일 40척이다.
파나마뿐 아니라 온두라스 정부는 수도 테구시갈파를 포함한 전국 298개 지차체 중 약 80%에 달하는 234곳에 가뭄 경보를 발령했다.
이처럼 글로벌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인 파나마 운하를 비롯해 중남미 곳곳을 덮친 가뭄 사태의 주요 원인은 지구 온난화와 결합한 '역대급' 엘니뇨 현상이다.
적도 인근 태평양 수온이 상승해 전 세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 현상은 최근 온난화와 결합하면서 중남미 일대에 심각한 물 부족을 유발하고 있다.

불가리아의 말라붙은 다뉴브강
가뭄으로 몸살을 앓는 대륙은 중남미만이 아니다. 이미 폭염 여파에 시달리는 유럽에서는 가뭄 장기화로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계속 문제를 겪고 있다.
불가리아 에너지부는 이날 다뉴브강 수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각하게 하락했다며 코즐로두이 원전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2기 중 1기의 출력을 약 120메가와트(MW)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즐로두이 원전은 불가리아 전력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는 발전소로, 다뉴브강 물을 냉각수로 쓴다. 코즐로두이 원전이 발전량을 줄인 것은 가동 52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헝가리와 루마니아도 다뉴브강 수위 저하로 원전 발전량을 급격히 줄인 바 있다. 유럽 원전 강국인 프랑스도 지난달 12일 기준 원자력 발전 용량의 43%에 해당하는 최대 29기가와트(GW)의 설비를 가동 중단했다.
세르비아에서는 심각한 가뭄으로 다뉴브강의 주요 지류인 사바강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강 아래 가라앉아 있던 증기 예인선 잔해가 완전히 노출돼 화제를 모았다. 미 CBS방송에 따르면 '사바 강의 타이타닉'이라는 별명을 지닌 이 선박은 1900년대 초반에 건조됐다.
기후 변화와 과도한 용수 수요에 시달리는 미국 주요 저수지들도 수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AP 통신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인 파월 호수의 지난 15일 수위가 3천519.8피트(약 1천72m)로 2023년 4월에 기록한 역대 최저치보다도 낮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최대 저수지 미드호는 지난 6일 이미 수위가 1천40.5피트를 기록, 2022년 7월 최저수위인 1천40.58피트보다 낮아진 바 있다. 이러한 미드호 수위는 1937년 인공 조성 이래 약 90년 만에 최저치다.

가뭄으로 잔해노출된 세르비아 사바강의 1900년대 초 증기 예인선
가뭄은 이란 전쟁으로 이미 큰 타격을 받은 글로벌 운송망에 추가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해상 혼잡에 대처하기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셰브론을 비롯한 에너지 업체들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액화석유가스(LPG)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운임비를 줄이고자 파나마 연안에서 환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셰브론 등은 아시아행 LPG 운송에 폭이 넓은 네오파나마막스급 선박을 이용한다. 하지만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의 파나마 운하 통과 비용이 급증하면서 이보다 작은 파나막스급 선박을 이용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 뒤, 여기에 실린 LPG를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에 옮겨 담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내륙 수로 운송망의 중심인 라인강 유역의 상황은 이미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진단했다.
덴마크 대형 해운업체 머스크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라인강을 따라 위치한 대부분의 내륙 항구는 바지선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럽 물류업체들은 가능한 많은 화물을 기차, 트럭 등 육로로 옮기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프랑스 수로관리청의 장 로랑 키슬러 개발 이사는 "바지선 한척에 실릴 화물을 운송하는데 100∼200대의 트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폭염으로 말라붙은 독일 라인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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