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세상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언어 한글
작성자 정보
- CAEMCA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775 조회
- 목록
본문
글 : 최태진
글로벌시대라며 독학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는 두 집 건너 60대 중반 파불로가 의사소통언어도 말, 경마장을 달리는 가축도 말, 도대체 헛갈려서 이해가 어렵다며 도움을 청해온다. 파불로는 한국인 이웃에게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나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생소한 이방문화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대끼며 급하게 배워 익힌 서반아어로 한글을 번역하고 설명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음성으로 실천하는 말해진 언어, 문자로 실천하는 쓰여진 언어, 아야 어여 배우기 쉽고 알기 쉽고 재미있는 한글, 호칭, 지칭, 인사, 경어를 섬세하게 이해시키려면 등에서는 후끈후끈 진땀이 난다. 세상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말과 글, 많은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벙어리 냉가슴 일화가 생각난다.
우리가족 첫 이민국 열대의 나라 파라과이는 인디오부족언어인 과라니어와 스페인어를 국어로 가르치며, 이중언어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과라니어와 스페인어를 몰라서 손짓 몸짓으로 말을 하지만, 손짓 몸짓이 안 통하면 단숨에 우리말이 튀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어린 아이들이 목이 말라 보채어도 말을 몰라 물 한 모금을 얻어 마시게 할 수가 없었던 기억을 회상하면 정신이 아찔하다. 어서 말을 배워야겠다는 긴박감에 습관처럼 수첩을 들고 다니게 되었지만, 그 당시 현지인들에게 물어서 메모했던 말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절반 이상이 우스개 아니면 속어였다. 지금은 비 그친 맑고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고 승화하여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글을 몰라서, 말이 통하지 않아 불이익을 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언어들의 역사는 민족들의 역사만큼이나 예측 불허였고, 불의를 많이 겪었다.” “민족이 절대적 지배를 받으면 언어는 약해지고 사라지는 일도 잦았다. 여기에는 아무런 객관적인 정답이 없다.”
이 말은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 작가가 2015년 9월 경주에서 막을 올린, (사)펜 한국본부 주체 제1회 한국문학 큰 잔치 세계한글작가대회 특별강연 발표문 첫 소절이다. 가슴에 와 닫는, 대한민국 국민이 기억해야 할 귀감이 가는 말이다. 무력으로 나라를 빼앗은 정복자는 언어로 문화와 사상을 바꾸려 하고, 정신을 빼앗고 지배를 하려 한다. 말하기 어렵고 배우기 힘든 중국어에 까막눈인 백성들의 안타까움을 해방시키기 위해 세종께서 창제하신 훈민정음, 민족의 넋 한글을 빼앗기고 33년이란 씻을 수 없는 수치스런 역사를 경험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유엔 연합국 도움으로 속국에서 해방을 맞았다. 우리의 넋 한글을 되찾은 우리민족은 아픈 과거를 상기하며 굳게 일어섰고, 문화선진국 KOREA의 한글, 글로벌언어로 빠르게 세계에 알리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기대와 변화의 새천년 초에만 하더라도 당신은 중국인이냐? 아니면 일본 사람이냐 라고 물었지, 한국사람인가 라고 묻는 아르헨티나 현지인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새천년 10여 해가 지난 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손녀딸 생일잔치에 가기라도 하면 20여명 유치원 또래 아이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반주에 껑충껑충 춤을 추는 모습이 그때는 그렇게도 신기하게 여겨졌었다.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손녀 마이테는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몇 마디 한국말 인사가 전부인데, 할아버지도 알아듣지 못하는 K-pop을 유창하게 따라 부른다. 어떻게 빠른 리듬의 한국어 노래를 배워서 따라 하는지, K-pop 한류 열풍은 역시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많은 젊은이들이 K-pop에 매료되어 한글공부를 시작하게 되면서 아르헨티나 여러 중학교와 몇 개의 대학에서 한글학과를 설정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K-pop 열풍에 힘을 싫은 인터넷 한국어 개인교수 교민숫자도 부쩍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한국어선생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많다는 바람직한 결과이다. 주목할만한 소식은, 인터넷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나이가 20~60대 현지 지성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유창한 한국말 언행에 조심을 하는 예의 바른 현지인 젊은이를 어렵지 않게 만난다. 그러면 나는 그 청년에게 고마움과 감사하는 마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사고방식을 말할 수 있을 때에 그 사람 성품을 알게 되고 너, 나가 아닌 우리의 사이로 연을 맺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새 먼 길을 돌아온 억겁의 나이가 되어 찻잔에 어리는 긴 세월의 사진첩을 드려다 본다. 무일푼, 무의탁. 스페인어를 몰라 맨바닥에 헤딩을 해야만 했던 지난 날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세상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언어 한글, 지구촌 아르헨티나에서 나의 조국 코리언 언어로 역 주행 만학을 배울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 뿌듯하다.
2024, 10
글로벌시대라며 독학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는 두 집 건너 60대 중반 파불로가 의사소통언어도 말, 경마장을 달리는 가축도 말, 도대체 헛갈려서 이해가 어렵다며 도움을 청해온다. 파불로는 한국인 이웃에게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나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생소한 이방문화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대끼며 급하게 배워 익힌 서반아어로 한글을 번역하고 설명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음성으로 실천하는 말해진 언어, 문자로 실천하는 쓰여진 언어, 아야 어여 배우기 쉽고 알기 쉽고 재미있는 한글, 호칭, 지칭, 인사, 경어를 섬세하게 이해시키려면 등에서는 후끈후끈 진땀이 난다. 세상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말과 글, 많은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벙어리 냉가슴 일화가 생각난다.
우리가족 첫 이민국 열대의 나라 파라과이는 인디오부족언어인 과라니어와 스페인어를 국어로 가르치며, 이중언어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과라니어와 스페인어를 몰라서 손짓 몸짓으로 말을 하지만, 손짓 몸짓이 안 통하면 단숨에 우리말이 튀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어린 아이들이 목이 말라 보채어도 말을 몰라 물 한 모금을 얻어 마시게 할 수가 없었던 기억을 회상하면 정신이 아찔하다. 어서 말을 배워야겠다는 긴박감에 습관처럼 수첩을 들고 다니게 되었지만, 그 당시 현지인들에게 물어서 메모했던 말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절반 이상이 우스개 아니면 속어였다. 지금은 비 그친 맑고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고 승화하여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글을 몰라서, 말이 통하지 않아 불이익을 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언어들의 역사는 민족들의 역사만큼이나 예측 불허였고, 불의를 많이 겪었다.” “민족이 절대적 지배를 받으면 언어는 약해지고 사라지는 일도 잦았다. 여기에는 아무런 객관적인 정답이 없다.”
이 말은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 작가가 2015년 9월 경주에서 막을 올린, (사)펜 한국본부 주체 제1회 한국문학 큰 잔치 세계한글작가대회 특별강연 발표문 첫 소절이다. 가슴에 와 닫는, 대한민국 국민이 기억해야 할 귀감이 가는 말이다. 무력으로 나라를 빼앗은 정복자는 언어로 문화와 사상을 바꾸려 하고, 정신을 빼앗고 지배를 하려 한다. 말하기 어렵고 배우기 힘든 중국어에 까막눈인 백성들의 안타까움을 해방시키기 위해 세종께서 창제하신 훈민정음, 민족의 넋 한글을 빼앗기고 33년이란 씻을 수 없는 수치스런 역사를 경험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유엔 연합국 도움으로 속국에서 해방을 맞았다. 우리의 넋 한글을 되찾은 우리민족은 아픈 과거를 상기하며 굳게 일어섰고, 문화선진국 KOREA의 한글, 글로벌언어로 빠르게 세계에 알리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기대와 변화의 새천년 초에만 하더라도 당신은 중국인이냐? 아니면 일본 사람이냐 라고 물었지, 한국사람인가 라고 묻는 아르헨티나 현지인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새천년 10여 해가 지난 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손녀딸 생일잔치에 가기라도 하면 20여명 유치원 또래 아이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반주에 껑충껑충 춤을 추는 모습이 그때는 그렇게도 신기하게 여겨졌었다.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손녀 마이테는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몇 마디 한국말 인사가 전부인데, 할아버지도 알아듣지 못하는 K-pop을 유창하게 따라 부른다. 어떻게 빠른 리듬의 한국어 노래를 배워서 따라 하는지, K-pop 한류 열풍은 역시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많은 젊은이들이 K-pop에 매료되어 한글공부를 시작하게 되면서 아르헨티나 여러 중학교와 몇 개의 대학에서 한글학과를 설정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K-pop 열풍에 힘을 싫은 인터넷 한국어 개인교수 교민숫자도 부쩍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한국어선생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많다는 바람직한 결과이다. 주목할만한 소식은, 인터넷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나이가 20~60대 현지 지성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유창한 한국말 언행에 조심을 하는 예의 바른 현지인 젊은이를 어렵지 않게 만난다. 그러면 나는 그 청년에게 고마움과 감사하는 마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사고방식을 말할 수 있을 때에 그 사람 성품을 알게 되고 너, 나가 아닌 우리의 사이로 연을 맺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새 먼 길을 돌아온 억겁의 나이가 되어 찻잔에 어리는 긴 세월의 사진첩을 드려다 본다. 무일푼, 무의탁. 스페인어를 몰라 맨바닥에 헤딩을 해야만 했던 지난 날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세상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언어 한글, 지구촌 아르헨티나에서 나의 조국 코리언 언어로 역 주행 만학을 배울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 뿌듯하다.
2024, 10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