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생일을 맞이한 샤넬의 상징
작성자 정보
- CAEMCA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8 조회
- 목록
본문
세상에서 가장 작고 검은 드레스. 그러나 100년 이상의 가치를 지닌 영원불멸의 리틀 블랙 드레스.

Alex Katz, ‘The Black Dress’, 1960. ©Alex Katz/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SACK, Seoul
정확히 100년 전, 현대 패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의상이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 의상은 바로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Little Black Dress)였다. 이 디자인의 파급력이 얼마나 컸는지, 영감을 받아 탄생한 수천 가지 변형 디자인을 통틀어 오늘날에는 그저 세 글자, ‘LBD’로 통칭된다. 지난 4월 샤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첫 리조트 컬렉션을 선보인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자신만의 리틀 블랙 드레스를 오프닝 룩으로 내세우며 이 유명한 드레스가 새로운 세대를 위해 귀환했음을 선언했다.
쇼의 배경은 1915년 샤넬이 꾸뛰르 살롱을 열고 스포츠, 여행, 작업 등 본래 활동을 위해 고안된 편안한 의복을 하이 스타일(High Style)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기 시작한 대서양의 휴양지 비아리츠(Biarritz)였다. 블라지에게 이 장소는 샤넬의 본질이 태동한 핵심 원천 중 하나였다. 따라서 그의 첫 리조트 쇼를 새로운 21세기형 리틀 블랙 드레스로 시작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심장했다. 20세기 패션을 정의한 대표적인 의상을 통해 하우스의 기원으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공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컬렉션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마티유 블라지는 미국 <보그>가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라고 명명한 1926년 스케치에 주목했다. 블라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이 드레스야말로 진정한 그녀의 첫 번째 ‘리벤지 드레스(복수의 드레스)’라고 생각한다.”
샤넬의 LBD는 사회적 전복을 축하하는 의복이었다. 젊은 여성 디자이너가 그동안 하인, 상복, 경건함의 상징이자 여성이 처한 사회적 위치를 규정하던 ‘블랙(검은색)’이라는 코드를 가로채, 이를 패션이자 자기표현과 개성을 담아내는 ‘비어 있는 표면(Blank Slate)’으로 재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블라지의 오프닝 룩은 샤넬의 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현재로 소환했다. 그가 선보인 LBD는 깊은 브이넥으로 재단된 민소매 블랙 시프트 드레스였으며, 낮게 내려온 허리선은 사방으로 퍼지는 흰색 기하학적 톱스티치(상침질) 라인으로 강조되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 연구소에서 샤넬의 오리지널 LBD 실물을 연구하던 중, 블라지는 1926년의 오리지널 드레스가 세간의 전설만큼 엄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26년 미국 <보그>에 실린 원래 스케치에서는 아무도 볼 수 없었던, 드레스 뒷면에 커다란 리본이 달려 있었던 것이다.
샤넬 역사에서 새롭고 놀라운 차원을 발굴한 뒤 이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은 이제 하우스에서 블라지가 보여주는 창의적 과정의 상징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쇼에서 그는 드레스 뒤에 있던 리본을 모델의 손으로 옮겨놓았다. 거대한 블랙 리본 속에 작은 클러치를 집어넣어, 모델이 걸을 때마다 리본 끈이 뒤로 길게 휘날리도록 연출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아카이브를 단순히 멈춰 있는 과거가 아니라 ‘살아 있는 디자인’으로 다루면서, 드레스 본연의 논리를 보존하는 동시에 LBD에 새로운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샤넬이 유명하게 만들기 전에도 역사가 길었다. 1926년 이전에도 블랙 드레스는 다양한 사회적, 의례적, 패션적 맥락에서 존재해왔으며, 여러 디자이너가 이미 현대적인 잠재력을 탐구하고 있었다. ‘리틀 블랙 드레스’라는 표현도 일찍이 쓴 적이 있었고, 마들렌 비오네(Madeleine Vionnet), 장 빠투(Jean Patou), 에드워드 몰리뉴(Edward Molyneux) 같은 디자이너들이 1920년대와 1930년대에 걸쳐 심플한 블랙 드레스의 유행에 일조했다. 특히 흰 칼라와 소매가 돋보였던 프레메(Premet)의 마담 샬롯 레빌(Charlotte Révyl)이 디자인한 1922년의 블랙 드레스 ‘라 가르송(La Garçonne)’은 중요한 선례였다. 샤넬 자신도 그 유명한 <보그>의 순간 이전부터 이미 블랙을 활용한 작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샤넬이 이룩한 성과는 타이밍, 공식화, 추진력의 결합이었다. 여성의 라이프스타일과 기회, 사회적 관습이 변화하던 바로 그 시점에 샤넬은 심플한 블랙 드레스를 새로운 삶의 방식을 위한 ‘입을 수 있는 템플릿’이자 새로운 삶의 리듬을 위한 의상으로 제시했다.
샤넬은 급진적이고 현대적인 패션 공식을 통해 고객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열망으로 1910년대부터 이 순간을 향해 매진해왔다. 그녀는 편안함, 부드러움, 활동성을 위해 저지 원단을 도입했다. 남성복, 선원복, 승마복, 스포츠웨어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만든 옷의 지혜를 차용해 이를 패션으로 정제했다. 그녀의 독창성은 미학적일 뿐 아니라 물리적이었다. 그녀의 옷은 원단과 신체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여성이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왔고, 과도한 장식 없이도 동시대적인 세련미를 구현할 수 있었다.

1926년 10월 미국 ‘보그’는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에 ‘샤넬의 포드’라는 별명을 붙였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그러한 방법론의 가장 명확한 표현이었다. 드레스를 오직 선(Line), 비율, 태도(Attitude)로만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1926년 <보그> 일러스트에 실린 드레스는 길고 좁은 소매에 허리선이 낮게 내려온 종아리 길이의 슬림한 블랙 드레스였으며, 어깨에서 밑단까지 거의 튜브처럼 곧게 떨어지는 실루엣이었다. 표면은 극도로 절제되어 있었다. 그림 속 인물은 클로슈 스타일의 모자를 쓰고 목과 손목에 은은한 진주를 매치했을 뿐이다. 이미지의 어떤 요소에서도 극적인 과시를 볼 수 없었다. 그 우아함은 오직 ‘절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미국 <보그>가 이 드레스를 ‘샤넬의 포드(Chanel’s Ford)’라고 정확하게 비유한 이유도 확인할 수 있다. 포드 모델 T 자동차는 20세기 초의 위대한 현대적 오브제 중 하나였다. 실용적이고, 반복 생산이 가능하며, 널리 인식되고, 새로운 이동의 자유와 연결되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비교는 드레스를 자동차, 영화, 도시의 거리, 일하는 여성의 일상 같은 모던한 세계에 병치시켰다. 빠르게 이해될 수 있고, 널리 복제될 수 있으며, 끝없이 변형될 수 있는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LBD가 단 하나의 룩을 넘어 ‘무한한 시스템’이 된 이유다. 이 드레스는 주얼리, 커프스, 모자, 구두, 장갑, 가방, 그리고 참석하는 자리의 성격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었다. 드레스의 단순함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것’이었다. 입는 이에게 자신의 취향, 부유함, 절제미, 독립성 혹은 화려함을 투영할 수 있는 표면을 제공했다. 1920년대와 1930년대 사교계의 저녁 문화가 레스토랑과 공공장소로 점차 이동함에 따라 이러한 유연성은 특히 유용해졌다. LBD 덕분에 여성은 방 안에 들어설 때 누군가의 ‘사회적 장신구’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격식을 차리고, 돋보이며, 사회적으로 올바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수십 년의 세월은 샤넬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증명했다. 디올은 뉴 룩(New Look)의 풍성한 스커트와 잘록한 허리를 통해 블랙 드레스를 재해석했다. 지방시는 오드리 헵번을 통해 이를 영화적인 순간으로 격상시켰다. 발렌시아가는 블랙을 하나의 건축물로 탈바꿈했다. 생 로랑은 이를 날카롭고 도발적으로 변주했다. 샤넬 하우스에서 일하게 된 칼 라거펠트는 다시 낮아진 허리선으로 돌아가 이를 비닐과 저지 소재로 리메이크하며 1920년대 실루엣에 20세기 후반의 강렬한 에너지를 충전했다. 각 버전마다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샤넬이 정립한 핵심 명제는 그대로 이어졌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자기표현과 자기통제가 가능한, ‘단순함’을 지닌 옷으로 영원히 남은 것이다.
지난 4월 비아리츠에서 열린 샤넬 2027 크루즈 컬렉션. 마티유 블라지는 첫 번째 크루즈 컬렉션의 오프닝 룩으로 ‘리틀 블랙 드레스’를 선택했다.
블라지가 비아리츠에서 LBD로 돌아온 것이 단순히 멋진 100주년 기념 리본을 묶는 것 이상의 무게감을 지니는 이유다. 이 드레스는 샤넬을 처음으로 모던하게 만든 바로 그 원칙, 즉 관찰, 적응, 단순화, 움직임을 중심으로 구축된 컬렉션의 문을 열었다. 비아리츠에서 샤넬이 수영하는 사람, 선원, 휴양객, 일하는 사람을 관찰하고 그들의 옷을 패션으로 번역했듯, 블라지 역시 그 방법론을 따랐다. 오프닝을 장식한 LBD를 시작으로 세일러 스트라이프, 비치 타월 질감, 바스크풍 컬러, 수영모, 웨이더즈(낚시용 장화), 방수 가방, 스카프 드레스, 머메이드 자수가 이어졌다. 어떤 피스는 아카이브 드로잉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재현했고, 어떤 피스는 환상과 유머, 럭셔리의 새로운 레이어를 더했다.
이는 2026년 현재에도 샤넬 리틀 블랙 드레스가 여전히 지니고 있는 지속적인 의의를 반영한다. LBD의 힘은 1926년에 정립된 아이디어의 명확성에 존재한다. 현대적인 옷은 여성에게 방해물 없는 우아함을, 과하지 않은 존재감을, 단순함을 통한 자유를 선사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 블라지의 오프닝 룩은 그 시절의 본능이 한결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VK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