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 차바리아 “지금 패션만큼 눈길을 모으는 산업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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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차바리아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법.
매끈하게 넘긴 머리와 콧수염, 오버사이즈 수트에 볼드한 주얼리는 윌리 차바리아를 상징한다.윌리 차바리아(Willy Chavarria)의 런웨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모델들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멕시코계 미국인 디자이너는 치카노(Chicano)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남성복으로 CFDA 어워드를 2회 수상했으며, 수많은 쇼가 범람하는 패션 캘린더에서 가장 생동감 있고, 관능적이며, 영화 같은 캐스팅으로 유명하다. 그의 모던한 수트와 스포티한 분리형 아이템은 문신을 새기고, 매혹적이며, 강인하고 쿨한 모델들을 통해 살아 숨 쉰다. 그건 매 시즌 그가 손꼽아 기다리는 과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바로 캐스팅이에요.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짜릿한 일이죠.” 샹젤리제 근처의 아르데코 콘서트홀 ‘살 플레옐(Salle Pleyel)’에서 두 번째 파리 패션쇼를 준비하던 차바리아가 말했다.
2026년 봄 컬렉션을 앞두고 그는 지역의 무명 모델, 특히 문신이 있고 근육질인 유색인종 남성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열었다. 그 결과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건 우리가 아름다움에 대해 가진 인식을 다시 정의하는 거예요. 우린 늘 똑같은 모델만 보잖아요. 저는 다양한 사람들, 더 깊이 있는 캐릭터를 보고 싶거든요. 어떤 사람은 정말 수줍음이 많고, 또 어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아주 강해요. 결국 제가 눈여겨보는 건 ‘자기 정체성의 독자성’이에요.” 그는 걷는 방식만으로도 분위기를 장악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자기만의 바이브가 느껴지는 워킹, 스웨그가 넘치거나 아주 딱딱한 걸음걸이도 좋아요. 쇼를 할 때마다 하나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식으로 접근해요. 단지 모델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의미 있는 존재로 무대에 서게 하고 싶거든요.” 이번 쇼에서는 거리에서 캐스팅한 모델 35명이 프롤로그 무대를 채웠다. 모두 짧은 크루 커트 헤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협업한 순백의 XXXL 사이즈 티셔츠, 같은 색상의 쇼츠를 입고 있었다. 그들은 한 명씩 등장해 무대 중앙에 섰고, 손을 등 뒤로 모은 채 붉은 카펫이 깔린 런웨이에 무릎을 꿇었다. 쇼장에는 어쿠스틱 버전의 ‘California Dreamin’’이 흘렀다. 이 퍼포먼스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구금한 이민자와 시민을 위한 헌사였다. 여기에는 차바리아의 고향이자 2026년 봄 컬렉션의 주제인 휴런(Huron,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카운티의 작고 가난한 도시)에 대한 상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와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200여 명을 엘살바도르의 최고 보안 교도소(CECOT)로 추방한 사건을 강하게 상기시켰다. 그 순간 쇼장은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과 울림으로 가득 찼다.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 그러나 하루 뒤,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는 이 장면이 담긴 런웨이 클립에 대해 X(구 트위터)에 조롱 섞인 반응을 남겼다. “프랑스 정부만 승인해준다면, 수감자들을 당장 파리로 보내줄 준비가 되어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아직도 논쟁이 뜨겁다. 럭셔리 패션쇼에서 이런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것이 적절한가?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쇼가 열리기 전, 차바리아는 이렇게 말했다. “쇼는 어느 때보다 정체성을 주장하는 일에 관한 것이에요. 우리는 지금 ‘지워지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주변에선 끔찍한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문화, 사람, 교육, 연민과 정체성이 점점 삭제되는 걸 목격하고 있죠. 그래서 이번 컬렉션에선 존재감을 증폭하고 존재를 드러내며 존재 이유를 외치는 일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많은 ‘색’이 들어갔죠.”
모든 모델이 하얀 유니폼을 입고 무대 계단을 올라가고 나서야 본격적인 런웨이가 시작되었다. 멕시코 출신 가수이자 활동가 비비르 킨타나(Vivir Quintana)의 라이브 공연과 함께, 첫 번째 모델이 등장했다. 그는 핑크색 타이와 민트색 드레이프 수트를 입고 있었다. 병원 수술복을 연상시키는 룩이었다. 블랙과 레드를 주로 사용하는 차바리아는 이 룩에 쓰인 민트색을 ‘유니폼 그린’이라고 불렀다. 공장 노동자의 작업복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 팔레트였다.
“이 컬렉션을 시작한 건 6개월 전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공산국가나 독재 정권하의 공장에서 모든 사람이 같은 색 옷을 입고 일하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그 색을 함께 조합해놓으니, 의외로 올드 머니 프레피 느낌이 약간 나더라고요.” 차바리아는 쨍한 세룰리안, 펩토 핑크, 연회색, 버터 옐로, 유니폼 그린 같은 화려한 색감 안에 역설적이게도 계급과 체제를 풍자하는 이중적 메시지를 담았다. “프레피 룩은 본질적으로 지위를 드러내는 방식이잖아요. 보기엔 발랄하고 컬러풀하지만, 색 자체가 저항이자 반항의 형식일 수 있어요.” 랄프 로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그가 덧붙였다.
“이건 마서스비니어드를 패러디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 드라마 있잖아요, 릴리 퓰리처(Lilly Pulitzer)를 입은 소녀들이 나오는 그거.” 그가 떠올린 건 넷플릭스 미니시리즈 <사이렌이 노래할 때(Sirens)>였다. “그래, 이건 윌리 퓰리처(Willy Pulitzer) 같죠.” 농담 섞인 말장난이지만, 그 속엔 진심이 있었다. 이번 시즌 ‘윌리 퓰리처’ 컬렉션에는 브로케이드 수트, 뻣뻣한 실버 코트, 차바리아가 아디다스와 협업한 새로운 버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스포츠웨어 중심의 룩은 NBA 스타 제임스 하든(James Harden)이 중심을 잡았다. 하든은 런웨이에 오르기 전날, 디자이너와 인터뷰하던 스튜디오에 피팅을 위해 들렀다. 또 다른 스포츠 스타, NFL 선수 스테폰 딕스(Stefon Diggs)도 모델로 참여했다. 런웨이 앞줄에는 래퍼 에이셉 나스트(A$AP Nast)가 앉았다. 그는 브라운 가죽 봄버 재킷과 유니폼 그린 컬러의 카펜터 진을 입은 모델이 걸어 나올 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찬사를 보냈다.
이번 시즌에는 이전보다 여성복 비중도 높아졌다. 과감한 실루엣의 드레스, 톡톡 튀는 볼 가운, 복고풍 벨트 트렌치 코트를 풍성한 헤어에 선글라스를 쓴 모델들이 느긋한 워킹으로 대담하면서도 우아하게 표현했다. 특히 프랑스 영화감독이자 모델 파리다 켈파(Farida Khelfa)는 립스틱처럼 선명한 푸른빛 레드 컬러의 가죽 트렌치 코트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피날레에서 차바리아는 무대에 올라 앞줄에 앉은 연인, 부모님과 사촌 두 명에게 붉은 장미를 나눠주었다. 게스트들이 퇴장하는 동안 스피커에서는 샤론 존스 & 더 댑 킹스의 ‘This Land is Your Land’가 울려 퍼졌다. “This land was made for you and me.” 이 가사처럼 이 땅은 런웨이든, 캘리포니아의 주택가든 모두의 것이다.
차바리아의 입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최근 한 매체는 그가 펜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후보로 면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그 직전에는 브래드 피트가 그의 수트를 입고 등장해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니 어쩌면 본능적으로 더 강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그는 남성복 디자이너로서 CFDA 어워드를 두 번째 수상했다. 2024 미국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그는 패션계 관계자로 가득한 시상식장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꺼내 들었다. “패션이 정치를 바꾸진 못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 패션만큼 많은 눈길을 모으는 산업은 없어요. 지금 이 순간,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패션에 관심을 갖고 있거든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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