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때문에 설레고 김치때문에 아프고” 김치 명인이 풀어놓은 김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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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명인 이하연 ‘별별김치’ 출간

이하연 명인이 21일 서울 인사동 뮤지엄김치간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며 김치 버무리기 시연을 하고 있다. 박경은 선임기자
정부(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식품 명인 80여명 중 김치 분야에서 명인 타이틀을 얻은 이는 5명이다. 이중 이하연 명인(66)은 조선시대 문헌 <규합총서>에서만 존재하던, 임금에게 진상되던 해산물 김치 ‘셧박지’를 복원해 2014년 식품명인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그의 김치가 소개되었고 2023년엔 영국 찰스 국왕에게 그가 담근 김치가 생일 선물로 전달되기도 했다. 2020년부터 11월22일이 ‘김치의 날’로 지정된 것도 대한민국 김치협회 3, 4대 회장으로 활동했던 그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가 최근 김치와 함께 한 자신의 인생을 담은 책 <별별김치>를 출간했다. 21일 서울 인사동 뮤지엄김치간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 도움 없이 처음으로 김치를 담아본 뒤 50년 넘게 빠져있던 김치와의 사랑 이야기”라며 “제대로 된 김치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그동안 김치와 관련된 책이 정말 많이 나왔지만 엄청난 애정과 정보가 담긴, 특별한 김치 책”이라고 말했다.
전라북도 웅포에서 나고 자란 그가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대물림한 손맛에서 시작된 김치와의 인연, ‘셧박지’(섞박지)에 꽂혀 명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등 자신의 인생 뿐 아니라 78종의 김치 레시피, 전국을 발품하며 찾아낸 명품 재료들에 관한 이야기까지 빼곡하게 담아냈다. 78종의 김치에는 궁중김치를 비롯해 역사 속의 전통김치, 전국 8도를 대표하는 김치, 제철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김치, 독특한 재료로 재해석한 김치 등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1997년 서울 강남에서 전라도식 한정식집 운영을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집에서 만들어 먹었던 해산물 김치를 비롯해 그가 담근 김치가 맛있다고 소문나면서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데다 설탕을 일절 넣지 않는 대신 과일 등 식재료에서 자연적으로 우러나는 단맛을 사용하는 것이 그의 원칙이자 김치맛의 비결이었다. 소위 김치부심이 생겼고 김치를 사업화하자는 요청도 빗발쳤다. 때마침 저가의 수입김치가 쏟아져 들어오는데 대한 반발심도 의욕을 부채질했다.
“제조나 유통, 사업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채 열정만 갖고 뛰어들다보니 처참하게 망했어요. 재료와 방식을 타협할 수 없다보니 만들수록 적자만 쌓인 거예요. 김치맛으로 유명해져서 번 돈을 김치 공장 하면서 다 날린 셈이죠.”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자랑스러운 음식문화 김치가 경제논리 앞에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보기 힘들었다. 경기도 남양주에 김치문화원을 열고는 소규모나마 자신의 방식으로 김치를 만들고 연구했다. 각종 김치대회에 나가 수상을 이어갔고 2010년엔 농림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식품명인에 도전한 것도 “김치로 끝을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김치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기도 하지만 아파요. 일반적인 식당에서 마주하는 김치 중에선 누가 뭘 넣었는지 모르는 김치도 많고, 소비자들 역시 김치를 거저 먹는 것으로 여기니 악순환이 반복되지요.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이잖아요. 김치로 더 많은 국부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별별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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