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의 마지막 실패> 강세실리아 감독
작성자 정보
- CAEMCA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2,539 조회
- 목록
본문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이하 BAFICI)는 중남미 지역의 최대 독립영화 행사이자 현지 관객에게 한국의 독립영화 현주소를 알리는 창구이기도 하다. 금년 4월 개최된 제18회 BAFICI 국내경쟁부문에 한인 2세인 강세실리아 감독이 첫 장편작품 <나의 마지막 실패>(Mi último fracaso, 이하 <나마실>)를 출품하여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나마실>은 다큐멘터리 작품으로서 강세셀리아 감독 자신과 주변의 한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중문화 가운데 나타나는 정체성을 다룬다. 상연회는 감독을 만나 직접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인사회에서 영화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매우 드물다. 특히 장편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경우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 어떻게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됐나.
어릴 때부터 예술에 관심이 있어 음악이나 미술 같은 분야에 호기심이 많았다. 중등교육을 마치고 세상을 보는 관점을 뒤흔들 정도로 특별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때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용기를 얻었다. 영화란 내가 평소 좋아하던 예술 분야의 집합체라고도 할 수 있다. 매우 오묘하고 방대한 새로운 언어방식 같아 매력적이다. 미술 공부 경험을 살려 먼저 영화 및 연극 무대 미술을 공부했다. 나중에 영화인협회의 전문인양성센터가 주관하는 단편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하여 첫 단편을 연출하게 됐다. 그 계기로 영화 연출이 내 천직 혹은 희망사항이라는 것을 깨달아 ENERC 국립영화실험제작학교 연출 과정에 입학해 정식으로 연출을 공부했다.
BAFICI에 출품된 영화 가운데 직간접적으로 한인사회를 다루는 작품이 다수이다. 첫 사례가 극영화인 였고 근래에 가 소개됐다. 이 영화들을 혹시 봤는가.’t>
안타깝게도 보지 못 했다. 내가 사춘기일 때 ’t>가 개봉했는데(그 영화를 연출한) 감독님은 일종의 ‘왕오빠’이자 ‘대선배’였다. 한국인으로서 아르헨티나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로 신선한 뉴스이자 자극이 됐고, 존경의 대상이었다. 상영이 모두 매진돼 표를 못 구한 게 지금도 한으로 남는다. 나와 같은 한인이 영화제에 출품한 사실 때문에 당시 큰 자부심을 느꼈다.
의 경우 감독이 현지인이라고 알고 있다. 현지 사회가 한인들의 문화와 사회에 관심을 보인다는 게 참 흐뭇한 일이다. 영화는 못 봤지만 난 그 식당의 완전 팬이다! 주인공으로 나오시는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신다. 참 좋고 자상한 분이시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두 영화를 꼭 볼 것이다. 같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접근방법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게 <나마실>은 수년에 걸쳐 완성된 지극히 개인적인 과정이었다. 따라서 그때는 다른 관점의 영향을 받을까 두려웠고 내 자신의 관점대로, 내 자아가 투영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마실> 제작 전에 편견과 갈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편견과 갈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그리고 제작 과정에서 얻은 해답이 있는가.
동서양의 서로 정반대된 두 문화 사이에서 자라면서 생겨난 편견과 갈등이다. 또한 갈등에는 우리 부모님 세대가 경험한 (한국과의) 단절이 포함된다. 우리 부모님은 1980년대 초에 언니를 데리고 이 나라에 오셨다. 부모님은 그 세대의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에서 새 삶을 시작했고 모국에서 얻지 못 했던 기회를 자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한인이민자 대부분이 평균 30세의 나이로 1970년대 말과 1980년에 초에 이민 왔다는 사실을 주시해야 한다. 이 세대는 현재보다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 문화에서 자랐으며, 한국전쟁의 사회경제적 폐허를 경험한 세대다. 가난하고 식량조차 부족한 한국의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겪었고 힘든 시기를 이겨낸 분들이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소견이지만 이와 같은 요소들의 우리 부모님 세대를 좌우했다고 생각한다. 근면을 중시하고 모두가 본 받을 만한 훌륭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된 현재 시점에서는 다소 낡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여성의 전문직 종사, 현대 가족의 구성, 일과 삶의 질 사이의 관계 등이다.
부모님 세대의 가치관이 낡거나 보수적일 수 있으나 나는 그런 부분이 고향과의 단절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이나 타지 사람이라는 것은 직접 겪지 않고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다. 살면서 온갖 역경을 헤쳐온 부모님들 보고 있자면 이국땅에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한국적 뿌리를 이 나라에 이식하는 방법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당연히 이와 같은 과정은 많은 모순을 내재하고 있으며 후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순을 통해 우리의 뿌리와 정체를 알 수도 있는 것이다. 가족을 이루거나 직업을 고민하는 등 살면서 우리는 많은 결정을 내리는데 이럴 때마다 우리는 가정에서 습득한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요소들의 영향 아래 놓이기 마련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나는 계속 이와 같은 질문을 되새겼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고 있는 한인 부모의 자식으로서 내 자신의 살고 있는 경험을 향해서 말이다. 그 동안 내린 많은 결정들이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고 ‘한인 2세의 딸’에게 기대하는 전형적인 인생은 아닐지 몰라도 결국 개인의 취향과 희망에 부합하는 나 나름대로의 삶을 이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 혼자만 배운 것이 아니라 부모님 또한 깨달은 바가 있다. 예전에는 결코 내 안에 공존하는 두 문화를 화해시키지 못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배움과 수용을 통해 가능하더라. 이것이 지금 나의 모습이고 다른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나는 <나마실>에서 이런 주제와 사람들을 다룸으로써 단 한 번 주어진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은 매우 숭고한 일이다. <나마실>은 내 주변에 존재하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로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희망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분들이 나에게 매일 일깨워주는 용기를 관객에서 전하고 싶었다. 나는 이분들 덕분에 내 자신의 삶에 대해 많은 부분을 배웠고, 영화를 만들면서 내 안의 감정과 생각들을 정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BAFICI에서 현지인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영화를 본 한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처음에는 한인 관객의 어떻게 반응할까 엄청 긴장됐으나 다행히 기우에 불과했다. 극장에 온 분들은 대부분 젊은 분들이었으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례로 첫 상영에 온 지인이 있는데 영화를 본 다음 날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영화가 무척 감동적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 우리 (한인들의) 세계가 어떤지 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메세지를 보고 영화에 미쳐 몰입한 지난 몇 년 간의 시간을 보상 받는 느낌이 들어 울컥했다.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깊은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했다면 이것은 내가 받을 수 있는 상 중 가장 큰 상이 될 것이다.
첫 장편은 다큐멘터리였다. 구상 중인 이후 작품은 무엇인가.
현재 두 편의 장편 극영화를 구상 중이다. 하나는 함께 작업 중인 시나리오 작가 비르히니아 로포(Virginia Roffo)의 <꽃들>(Las flores)이라는 작품이다. 나이 마흔 즈음의 여성이 겪는 위기를 다룰 예정이다. 다른 작품은 보다 야망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한인 가족의 우려곡절에 대한 극영화인데 제목은 <장남>(El hijo mayor)이다.
인터뷰를 읽고 있는 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부모님 세대의 어른들에게 키워주시고 당신들은 누리지 못 했던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자식 세대를 인내심으로 지켜봐 주시고, 우리가 성장하면서 기대 밖의 선택을 하더라도 두려워 마시라고 전해 드리고 싶다.
나와 같은 세대의 분들에게도 두려워 말라고 전하고 싶다. 두려움은 우리를 마비시키고 억압한다. 또 장기적으로 건강에도 좋지 않다. 모두 꿈을 이루고 즐길 수 있는 직업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많이 배우고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키우자.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리 스스로와 주변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자.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