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혼이 담긴 패션 편집숍‘파노라마’ 그리고 팝업 스토어‘María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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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리아 인터뷰-
이 마리아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에코공원 근처의 멋이 흐르는 동네에 살고 있다. 공원 맞은 편 레푸블리카 데 라 인디아(República de la India) 2905에는 그녀의 상점 "파노라마"(PANORAMA)가 영업 중이다. 그녀의 집에 가보니 아르헨티나 토속 직물 등 다양한 디자인의 공예품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마리아의 이야기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거실은 지방에 거주하는 촉망받는 디자이너들의 제품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그녀는 그중에서 아르헨티나의 특색이 잘 묻어나는 토속직물 제품만을 엄선한다. 이 흥미로운 한인 2세 아가씨와 만나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그녀가 풀어 놓는 이야기 보따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빠는 한국인 그리고 엄마는 아르헨티나인, 그녀의 가족
마리아의 아버지는 1970년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당시 21세였고 한인 이민 첫 세대였다. 아버지의 가족이 지구 반대쪽의 아르헨티나에 이민을 결심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당한 사기, 당시 한창이던 베트남 전쟁에 끌려가지 않도록 아들들을 보호하고자 했던 할머니의 결심 그리고 마리아의 가족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킨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출신 신부님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전쟁 통에 남하해 부산에 어렵게 정착했던 가족은 직물 공장을 세웠는데, 지금은 증명할 방법이 없지만, 당시 마리아의 할아버지는 한국 최초로 루렉스를 짜는 방법을 개발했다. 운명은 마리아의 가족을 아르헨티나까지 오게 했으나, 이들의 직물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리아의 아버지인 이상율 씨는 플로레스라는 한인 밀집 지역과는 많이 떨어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차카리타라는 지역에 스웨터 공장을 설립했다. 이상율 씨는 새로운 나라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살겠다는 의지로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에서 나오면 아르헨티나 사람들처럼 코리엔테스 대로(Av. Corrientes)의 멋들어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곤 했다. 이상률 씨는 그곳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친구들을 통해 아사도를 만드는 법을 깨우쳐야 되겠다, 도미노를 잘 노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딸들 마리아와 후스띠나의 기억 속 아빠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마리아와 형제들은 의지와 노력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면 반드시 결실을 이룬다는 교육을 받으며, 아르헨티나 친구들에 둘러싸여 알콩달콩 아웅다웅 살아가는 사람 냄새 풍기는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
나의 길을 찾아라!
마리아의 아버지는 그녀가 14살 때 돌아가셨다. 이 때문에 직물과는 잠시 거리가 생겼고, 마리아는 중학교 졸업과 장래 진로 결정에 온 정신을 쏟았다. 처음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UBA)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그 뒤로는 사회학, 정치학을 거쳐 경영학까지 전공했다. 의외로 그녀가 찾던 자신만의 길은 몇 가지 고용 제의로 열렸다.
시청각미디어 프로덕션에서 경험을 쌓은 뒤, 광고 및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다. 마침내 2011년 미국의 오프닝세레모니로부터 굉장히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오프닝세레모니는 한국계 캐롤림과 움베르토 레온이 창립한 예술, 여행, 패션을 결합한 독특한 컨셉의 패션 편집숍이다. 오프닝세레모니 측은 마리아에게“USA vs. Argentina”프로젝트의 큐레이터가 되어 컬렉션을 위한 의류를 선택해 줄 것을 제안했다. 당시 마리아는 아르헨티나 토속 디자인을 연구 중이었고, 아르헨티나 직물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국내 생산도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패션 편집숍 "파노라마"(PANORAMA) 그리고 파티오 불리츠(PATIO BULLRICH) 쇼핑의 마리아 : 공유 프로젝트와 개인 프로젝트
"파노라마"는 마리아가 친구이며 디자이너인 파울라 셀비 아베샤네다(Paula Selby Avellaneda) 그리고 후안 에르난데스 다엘스(Juan Hernández Daels) 와 의기투합해 지난 4년 전에 오픈한 패션 편집숍이다. 레푸블리카 인디아(República de la India) 길의 이 편집숍에는 아르헨티나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재해석한 현대적인 디자인의 제품들로 가득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창업했던 친구들은 각자 자신의 숍을 열기로 하면서 떠나갔고 그들의 지분을 인수하며 마리아 혼자 파노라마를 운영하게 됐다. 사실 이미 그 이전부터 파노라마는 마리아의 일부였다. 밤을 새워 일을 하면서 심지어 새벽 3시에 손님을 받은 일도 있었다. 현재는 편집숍이 자리를 잡고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마리아는 꾸준히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와 수도권에서 아르헨티나의 정체성을 담고 파노라마의 컨셉을 투영할 수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그녀의 이런 노력 덕분에 2015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최고급 쇼핑 "파티오 블리츠"(Patio Bullrich)에서 사상 최초로 한 달 동안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를 쇼핑 내에 개설하도록 마리아에게 의뢰하게 이르렀다. 팝업 스토어란 하루 혹은 몇 달간의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되는 상점으로 단기간에 도시의 가장 유명한 포인트에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창의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약속과 함께 마리아는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신생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전시하면서 토속, 스타트업, 유명 브랜드 사이의 다리가 된다는 컨셉도 충실히 이행했다.
팝업스토어의 이름은 "María Lee"로, 상점의 핵심은 각양각색의 디자인과 종류의 "Made in Argentina" 제품을 찾아 헤맸던 마리아의 의욕과 열정이었다. 상점을 위해 마리아는 아르헨티나의 뿌리를 잇는 토속 직물을 찾아 아르헨티나 북부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마리아의 팝업스토어는 윤리적 패션 제품, 북부 원주민의 직물, 아르헨티나 역사책, 장인정신이 깃든 명품 칼 등 가장 아르헨티나적인 물건들로 가득 채워졌고, 쇼핑 방문객들의 커다란 관심을 얻었다. 애초에 계약했던 기한은 6개월로 훌쩍 늘어났다. "아르헨티나 디자인의 정체성"이 담긴 제품들은 아르헨티나 현지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을 열광하게 했다.
"María Lee" 스토어의 팸플릿 글귀에는 상점의 본질이 잘 투영되어 있다.
"María Lee" 스토어의 제품을 사는 순간 당신은
아르헨티나의 가장 훌륭한 부분을 지원하는 움직임 일부가 됩니다.
가장 아르헨티나 적이고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수공예 장인들 덕분입니다.
현대 패션 최전선의 젊은 디자이너들 덕분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역량이 담긴 의류 제품을 만들어내는
아르헨티나 최고 디자이너들 덕분입니다.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다양한 우리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컬렉션을 탄생시켰습니다.
이제 눈을 열고 우리의 뿌리를 재평가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우리는 멋진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이는 꼭 축하해야 할 일입니다."
"파노라마"와 함께 국경을 건너자!
마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패션 편집숍의 이름 "파노라마"(PANORAMA)는 아르헨티나에서 창조된 디자인의 정체성을 쇼윈도를 통해 보여준다는 컨셉을 담고 있다. 많은 아르헨티나 신생 디자이너들이 파노라마의 일부가 되어 자신이 디자인한 의류를 판매하고 싶어 한다.
마리아는 이 컨셉으로 외국 진출을 생각하고 있으며, 조만간 계획에 옮길 예정이다. 파노라마가 아르헨티나 토속 디자인을 선보일 도시로는 뉴욕과 파리가 유력하다.
단순히 아르헨티나 문화 전도사로 그치지 않고, 어느 도시에 진출하건 아르헨티나 고유 디자인이 재평가될 수 있는 편집숍으로 만드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마리아와 그 여동생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도 파노라마를 진출시키고 싶어 했다. 한복의 장엄함과 아르헨티나의 디자인을 조합해 작업 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마리아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한국을 향한 호기심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말할 때마다 한국 문화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그녀의 관심이 보였다. 마리아의 아버지는 아르헨티나 사회에 대한 동화를 우선시해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는 않았으나 한국적인 음식 취향을 유산으로 남겼다. 한국 식당을 자주 찾아가지는 않지만, 마리아는 고추장, 참기름, 마늘, 파, 간장으로 반찬을 만들어 매끼 먹는다고 말했다. 마리아는 아직도 한국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많아도 느낀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한국에 대한 테마가 나오면 역할을 바뀌어 오히려 마리아가 한국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자신의 뿌리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과 열망으로 꽁꽁 무장한 마리아는 앞으로 한국을 조사하고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프로젝트에 언젠가 한국문화의 영향이 흐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마리아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이다음에 한국식당에서 만나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신생 창업자들에게
한국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마리아는 아르헨티나의 젊은 창업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메시지에는 인터뷰 내내 보였던 그녀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뭐든 하세요. 시작하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그리고 멈추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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