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스트레이 키즈, 산이시드로를 뒤흔들다… 어린이·청소년을 사로잡은 K팝 열풍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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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가 산이시드로 경마장 무대에 오르기 훨씬 전부터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그곳이 K팝 팬들만의 독특한 세계로 변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K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생소하게 느낄 법한 용어들이 곳곳에서 들렸고, 멤버들을 형상화한 캐릭터 인형과 공연 중 불을 밝힐 응원봉 등 다양한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얼핏 보면 이탈리아 축구 명문 인터 밀란의 유니폼으로 착각할 만한 티셔츠도 있었다.
관객의 대부분은 어린이와 청소년이었으며, 많은 팬들이 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일부 팬들은 산이시드로 경마장 주변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했다. 오후 5시에 마침내 입장이 시작되자, 먼저 들어간 팬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입구에서 앞쪽 스탠딩 구역까지 이어진 600m가 넘는 거리를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한 번 자리를 잡은 뒤에는 밤이 끝날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이날 공연은 **‘STRAYCITY’**라는 행사로 마련된 아르헨티나 공연 두 차례 중 첫 번째 일정이었다. 무대의 중심에는 한국인 멤버 8명으로 구성된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있었다.
스트레이 키즈는 이제 세계적인 K팝 열풍을 대표하는 그룹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K팝은 한국에서 탄생한 대중음악을 일컫는 말로,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날 산이시드로에서 펼쳐진 모습은 아르헨티나 역시 이러한 K팝 열풍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공연장 곳곳에서는 스트레이 키즈 팬들만이 공유하는 다양한 상징과 코드가 반복해서 눈에 띄었다.
많은 팬들은 옷이나 가방에 **‘SKZOO’**를 달고 있었다. SKZOO는 스트레이 키즈의 8명 멤버를 각각 캐릭터화한 컬렉션으로, 봉제인형이나 다양한 액세서리 형태로 제작돼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다른 팬들은 **스트레이 키즈 공식 응원봉인 ‘라이트스틱(Lightstick)’**을 손에 들고 있었다. 상단에 빛나는 구 형태의 장식이 달린 막대 모양의 응원봉으로, 팬들은 공연 중 이를 흔들며 응원한다. 이제는 K팝 공연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검정색과 파란색의 세로 줄무늬 티셔츠였다. 여러 관객이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얼핏 보면 유럽 축구팀의 유니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이 옷은 축구 유니폼이 아니라 스트레이 키즈가 2025년 발표한 앨범 KARMA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이었다. 앨범의 콘셉트에 맞춰 스포츠 경기와 경쟁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다.
특히 티셔츠 뒷면에는 각 멤버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져 있어, 마치 8명의 멤버가 하나의 팀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음악을 넘어 패션과 상징, 팬덤 문화까지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는 K팝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팬들이 착용한 의상과 캐릭터 인형, 그리고 서로 주고받던 작은 소품들은 테일러 스위프트 팬들이 사용하는 ‘우정 팔찌(Friendship Bracelets)’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아이템들은 음악이 시작되기도 전에 서로를 알아보고 같은 팬덤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팬덤 문화이자 공통의 언어였다.
스트레이 키즈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 오후
무대는 오후 6시 30분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첫 무대는 **DJ 코초(Cocho)**가 맡아 전자음악으로 공연의 분위기를 열었다.
오후 7시 15분에는 K4OS가 무대에 올랐다. K4OS는 K팝의 음악과 미학에서 영감을 받은 아르헨티나 여성 그룹으로, 올해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란 렉스(Teatro Gran Rex)**에서 진행한 15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키며 화제를 모았고, 이후 전국 투어도 이어가고 있다.
이네(Ine), 메치(Mechi), 릴리(Lily), 타우(Tau)는 이날 무대에서 불과 며칠 전 발표한 신곡 ***베를린(Berlín)***을 처음으로 라이브 공연으로 선보였다. 이 곡은 K4OS가 새로운 음악적·비주얼적 시대의 시작을 알린 곡이기도 하다.
금발의 네 멤버와 화려한 의상으로 대표되던 기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멤버들은 검은색과 터키색 헤어스타일 등 과감한 이미지 변신을 선보였으며, 음악 역시 한층 더 전자음악적인 색채를 강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이날 공연장을 지배하고 있던 K팝의 음악적 분위기와도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새로운 모습의 K4OS를 맞이했다.
오후 8시에는 NEXZ가 무대에 올랐다. NEXZ 역시 K팝 산업에서 탄생한 그룹으로, 스트레이 키즈와 같은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K4OS와 마찬가지로 본 공연에 앞서 잠시 무대에 올라 실력을 선보이며 이날의 메인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마침내 스트레이 키즈의 공연이 시작된 시간은 오후 9시 10분. 공연 시작을 불과 몇 분 앞두고는 긴장과 설렘을 참지 못한 어린 팬들이 말 그대로 제자리에서 빙빙 뛰어다니며 긴장감을 풀고 있었다. 뛰고, 소리를 지르고, 서로를 끌어안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몇몇 어린 팬들의 얼굴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대형 콘서트를 앞둔 설렘과 긴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8명의 멤버가 아직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부터 이미 공연은 시작되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스트레이 키즈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마치 멤버들이 바로 눈앞에서 공연하고 있는 것처럼 노래를 따라 부르며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광란에 가까운 열기 속 펼쳐진 공연
스트레이 키즈는 Topline으로 무대의 막을 올렸고, 관객들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폭발했다. 함성은 순식간에 몇 단계나 높아졌고, 이후 1시간 35분 동안 거의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뜨거운 에너지의 무대가 시작됐다.
관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침없이 뛰어오르며 압도적인 열기를 쏟아냈고, 그 에너지는 그대로 무대 위 멤버들에게 전달됐다.
첫 곡부터 이 정도 규모의 **K팝 공연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정교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단순히 노래와 춤을 동시에 소화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멤버들의 완벽하게 맞춰진 안무를 비롯해 함께 무대에 오른 댄서들,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연기, 공연장 전체를 가로지르는 레이저, 화염 특수효과, 그리고 거대한 스크린까지 모든 요소가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어느 하나 우연에 맡겨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정교한 무대 연출, 이것이 이날 스트레이 키즈 공연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였다.
멤버들이 카메라를 대하는 모습조차 안무의 일부처럼 정교하게 연출된 듯했다. 때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바라보는 것이 묘한 느낌을 줄 정도였다. 화면에 잡히는 장면 하나하나가 이미 편집을 마친 콘서트 다큐멘터리처럼 정교해,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라이브 공연이라기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몇 곡의 공연이 끝난 뒤 스트레이 키즈 멤버들은 잠시 무대에 서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리더 방찬이 “아르헨티나!”라고 외치자 객석에서는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방찬은 이어 스페인어로 “더 크게!”라고 외쳤고, 함성은 다시 한층 더 커졌다.
이후 멤버들이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마다 통역사가 중간에서 전달했다. 멤버들은 이날 현장의 분위기를 두고 “여기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에너지가 정말 엄청나다” 등의 말로 감탄을 표현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스페인어 한마디가 등장했고, 곧 그날 밤 멤버들이 반복해서 사용하는 일종의 유행어처럼 자리 잡았다.
“Qué locura!”(정말 미쳤다!)
한 번 말했다. 그리고 또 한 번. 또 한 번.
이 표현만큼은 더 이상 통역이 필요하지 않았다. 멤버들은 눈을 크게 뜬 채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규모의 관객과 열기를 바라보며 “Qué locura!”를 반복했다. 마치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을 이 한마디로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듯했다.
공연은 Domino, LaLaLaLa, This & That, Do it, Ceremony 등의 곡으로 이어졌고, 분위기는 단 한순간도 식지 않았다.
스크린에는 노래 가사가 표시됐고, 한국어로 부르는 부분까지 빠짐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언어는 관객들에게 큰 장벽이 되지 않았다. 상당수 팬들이 가사를 직접 따라가며, 한국어 가사 역시 발음 그대로 따라 부르며 멤버들과 함께 노래했다.
K팝이 산이시드로에 자신들만의 고유한 팬덤 문화를 만들어냈다면, 아르헨티나 역시 자신들의 문화를 공연 속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었다.
어김없이 “올레(olé), 올레, 올레!” 응원이 터져 나왔고, 한 멤버가 땀을 많이 흘리고 너무 덥다고 이야기하자 객석에서는 또 하나의 아르헨티나식 구호가 날아왔다.
“¡Mucha ropa, mucha ropa!”(옷이 너무 많아, 옷이 너무 많아!)
아마 이 말은 “Qué locura!”보다 훨씬 더 많은 설명이 필요했을 것이다.
중독성 강한 에너지
공연이 끝나기까지 몇 곡만을 남겨둔 상황에서도 관객들의 열기는 시작할 때와 거의 다르지 않았다. 방찬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계속 이렇게 한다면 우리 집에 갈 수 없을 것 같다. 어떻게 할까? 밤새 여기 있을까? 조금 더 있을까? 나도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10시 45분, 1시간 35분간 이어진 공연은 결국 막을 내렸다.
수천 명의 관객이 산이시드로 경마장을 빠져나오는 동안, 가족과 함께 길을 걷던 어린이들의 대화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방금 눈앞에서 본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아이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것을 서로 이야기하며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내 눈에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 가짜 같았어. 대역인 줄 알았어.”
“완벽해.”
“아직도 스트레이 키즈가 아르헨티나에 왔다는 게 믿기지 않아.”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어.”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긴 행렬 속에서 가장 많이 들린 말들이었다.
이번 공연의 규모를 설명하는 기술적인 요소들은 얼마든지 나열할 수 있다. 거대한 스크린과 레이저, 화염 특수효과, 댄서들,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였던 정교한 안무, 그리고 밤새 8명의 멤버들이 유지한 엄청난 에너지까지.
하지만 이날 산이시드로에서 더욱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무대 밖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스트레이 키즈는 하나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그 안에는 고유한 언어와 미학, 캐릭터, 소품, 그리고 팬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코드가 존재했고, 수많은 아르헨티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언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팀의 유니폼을 입으며, 작은 봉제인형 속 동물 캐릭터만 보고도 어떤 멤버를 상징하는지 단번에 알아봤다.
그리고 한국에서 건너온 이 모든 문화를 자신들의 것으로 받아들인 뒤, 그 안에 자신들만의 아르헨티나적 색깔까지 더해냈다.
어쩌면 바로 이 혼합이 아르헨티나에서 K팝이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한 달여 뒤, 이 열풍은 훨씬 더 큰 규모로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10월 21일, 23일, 24일에는 K팝의 세계적인 대표 주자로 자리 잡은 한국의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아르헨티나를 찾는다. BTS는 처음으로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라플라타 **에스타디오 우니코(Estadio Único)**에서 세 차례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산이시드로에서 스트레이 키즈가 보여준 열기를 고려하면, 이 세 번의 공연은 이미 일정이 빽빽한 아르헨티나의 해외 아티스트 공연 가운데 단순한 또 하나의 콘서트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번 월요일 산이시드로의 현장은 아르헨티나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K팝이 어느 정도까지 확산됐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온도계였다.
그리고 오는 10월, 그 열기는 또 다른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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