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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베버스가 꼽은 최고의 패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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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by Marc Jacobs 2003 S/S RTW. Getty Images

누구나 좋아하는 패션쇼가 있습니다. <보그> 사무실에선 늘 패션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의상과 무대, 특별한 퍼포먼스 또는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패션쇼는 가장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질문에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시즌마다 8분 정도(톰 브라운의 경우 45분) 길이의 쇼를 선보이기 위해 의상부터 컨셉까지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 말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패션쇼’와 ‘최고로 꼽은 다른 디자이너의 쇼’는 어떤 것인지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찻잎 점을 보기 위해 컵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들의 대답은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며 ‘아, 이건 정말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할 것입니다. 알렉산더 맥퀸, 헬무트 랭 등 이 목록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디자이너가 몇 있긴 하지만, 특정 컬렉션이 두 번 이상 언급된 디자이너는 세 명에 불과합니다. 마크 제이콥스를 시작으로 사바토 데 사르노, 시몬 로샤, 피터 뮐리에, 안나 수이, 이자벨 마랑, 톰 브라운 등 현재 활약하고 있는 이 시대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패션쇼를 만나보세요.

스튜어트 베버스

당신이 참여한 컬렉션 중 가장 기억나는 쇼는 어떤 것인가요?

코치에서의 10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었던 2024 S/S 컬렉션이었습니다. 제 커리어가 완벽한 서클을 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개인적으로는 하이라이트로 꼽을 수 있습니다. 1996년 뉴욕 캘빈클라인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코치를 디자인하기 위해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제가 10주년을 기념하는 컬렉션이었으니까요. 저는 미국의 팝과 청소년 문화의 여러 측면을 살펴보았고, 뉴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경험을 컬렉션에 반영했습니다. 이 컬렉션은 나와 미국, 나와 뉴욕의 관계를 자전적으로 표현했으며, 세 살배기 미국인 아들이 쇼의 피날레에서 제 품으로 뛰어든 순간이 절정이었죠.

티셔츠에 적힌 ‘도노휴스 스테이크 하우스(Donohue’s Steak House)’는 스튜어트 베버스가 젊은 시절 자주 가던 뉴욕의 레스토랑이었습니다.코치 2024 S/S 쇼에서, 디자이너 스튜어트 베버스와 그의 아들. Getty Images

다른 디자이너의 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쇼를 꼽는다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다른 디자이너의 쇼는 루이 비통에서 디자인할 때 운 좋게도 함께 작업했던 쇼입니다. 마크 제이콥스가 아티스틱 디렉터였죠. 저는 그의 놀라운 독창성에 경외심을 느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2003 S/S 컬렉션은 진정한 콜라보레이션이었으며, 현대 디자인의 기틀을 마련한 쇼였습니다. 마크 제이콥스는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컬렉션 가방에 사용할 무지개색 모노그램 패턴을 만들었습니다. 마크가 시끄러운 펑크 사운드트랙을 틀고 모델들에게 각기 다른 마카롱 톤의 새틴 드레스를 입힌 후 ‘아이 러브(Eye Love)’가 프린트된 무라카미 가방을 들려서 런웨이로 보낸 순간, 패션이 그 전후로 나뉘었습니다.

Louis Vuitton by Marc Jacobs 2003 S/S RTW.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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